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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 르포] ①이벤트보다 값진 관중 문화와 전통

입력 : 2015-09-25 06:50:00 수정 : 2015-09-25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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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오사카(일본)·권영준 기자〕‘우와∼.’ 감바 오사카(J리그)와 전북 현대(K리그)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전 취재차 일본 오사카를 찾았다. 경기장 입장 전 주변을 가득 메운 축구팬의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감바 오사카의 홈 경기장은 1970년 오사카엑스포를 기념해 지어진 경기장으로 시설이 노후하다. 최근 K리그 경기장에 선보이고 있는 영상 상영이 가능한 전광판은 언감생심이고, 경기시간을 표시할 수 없는 구식 전광판이다. 지리적으로도 오사카 시내에서도 한 참 떨어진 외진 곳이다. 열악한 환경의 경기장이지만 관중만큼은 만원이었다. 지난 5월 성남FC와 감바 오사카의 ACL 조별리그 취재 당시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2010년대 접어들어 경기 침체와 흥행 실패로 구조조정의 상처를 입은 J리그지만, 관중은 여전히 축구에 열광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축구에 빠지게 했는지 스포츠월드가 현장 취재를 통해 분석, 3편의 시리즈로 나눠 짚어봤다.

①이벤트보다 중요한 전통과 문화 ②안내요원도 마케팅 전략이다 ③VISIT가 아니라 STAY

◆①이벤트보다 중요한 전통과 문화

“감바 오사카 경기장에 가면 타코야키 먼저 드셔보세요.”

감바 오사카의 홈 경기장인 ‘엑스포70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 일본 축구팬은 취재진을 향해 타코야키를 추천했다. 경기장 가판 매점에서 판매하는 타코야키는 J리그 경기장 먹을거리 경연 대회에서 ‘톱3’에 들었다는 것. 이에 그들의 추천한 타코야키 매점을 찾았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경기 3시간 전이지만, 이미 관중은 경기장 주변에서 자리를 잡고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다양한 먹기를 판매하는 가판 매점이 같은 모양으로 나란히 정돈된 깔끔한 모습이었다. 중구난방으로 여기저기 자리 잡은 포장마차식 매점이 아니었다. 또한 타코야키뿐만 아니라 오사카의 명물인 ‘파블로 치즈 케이크 & 치즈 타르트’에서 편성한 이동식 차량 매점도 눈에 띄었다. 특히 치즈케이크 위에는 감바 오사카의 마스코트를 새겨, 한정판매하고 있었다. 팬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가판 매점이었지만, 다양한 일본의 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였다. 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3시간은 훌쩍 지났다. 그리고 축구 경기가 열리자 축구에만 집중했다. K리그에서 유행하고 있는 키스타임, 퀴즈 맞추기 등의 이벤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다. 우선 가판 매점을 살펴보면, K리그 구단이 활용하고 있는 경기장의 관리 및 책임은 연고도시나 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다. 가판 매점을 운영 역시 연고도시 또는 시설관리공단이 직접 한다. 이 과정에서 중계인 또는 상인회와도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러다 보니 가판 매점을 운영해도 분식류나 꼬치, 컵라면 등 획일화된 음식뿐이고, 배치도 엉망이다. 경기장 주변이 복잡하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점은 일본 역시 경기장은 연고도시나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지만, 경기장 운영을 구단에 전적으로 일임한다. 경기장 담당 관계자는 “매점 운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연고도시에 지급해야 하지만, 구단 수익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점 운용 및 관리를 구단에서 직접 하니 먹을거리 종류부터 가격, 그리고 이 안에서 일어나는 규정까지 관리할 수 있다”며 “수익이 구단에 흡수되고, 이를 통해 선수 수급과 팬을 위한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다. 고스란히 팬들에게 돌아가는 순환구조”라고 설명했다. 오사카만의 문화를 경기장으로 흡수해 수익까지 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겉으로 보기엔 K리그 경기장에 더 화려하다. 하지만 구단별 경기장 만의 특징이나 특색이 있는 곳은 없다. 먹을거리부터 이벤트까지 획일화돼 있다.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다. 언제까지 ‘어쩔 수 없다’고 방관해선 안 된다.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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