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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생] ‘톱밴드’의 부활, 진정한 가요계 생태계를 위하여

입력 : 2015-07-29 08:00:00 수정 : 2015-07-2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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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의 연예계생태보고서] 여섯살 짜리 아이가 밴드 음악이 좋아서 춤을 추는 동영상을 밴드 매니저에게 보여줬다. 다른 이들은 귀엽다며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해당 매니저는 어두운 표정으로 “절대 밴드하겠다고 하면 말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밴드 매니저만 20년 째인데 제대로 성공한 밴드를 본 적이 없다”고 덧붙인다. 그 순간 함께 술자리를 했던 그 누구도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한 30대 후반의 가요 담당 기자가 ‘그래도 송골매나 산울림도 있지 않냐’고 반박했지만 모두들 더 이상 밴드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밴드에 대해서만큼은 암울한 국내 가요계 현실을 결국,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S가 ‘톱밴드’ 시즌3 편성을 확정해 오는 10월3일에 첫 방송을 내보낸다고 한다. 지난 2011년 처음 방송된 ‘톱밴드’는 KBS 예능국이 아니라 시사교양국에서 제작을 맡았다. 당시 예능국에서 버린 기획안인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사교양국에서 맡게 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밴드는 대중음악의 기본 중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예능국 자체적으로 흥행이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톱밴드’는 방송 이후, 평균 시청률 5%(이하 닐슨코리아 집계)를 나타내며 여봐란듯이 성공을 거둬 밴드에 대한 대중의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 여세를 몰아 이듬해 시작한 ‘톱밴드’ 시즌2. 결과는 참혹했다. 평균 1.6%라는 최악의 시청률이었다. 그리고나서 시즌3 제작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밴드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해서 시즌3 제작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그런 가운데 ‘톱밴드’ 시즌3를 드디어 시작한다고 하니, 국내 밴드신 역시 들썩이고 있다. 음악 전문채널을 표방하고 있는 엠넷조차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하나 론칭시키지 못했을 만큼 KBS의 ‘톱밴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존재가치가 남다르다. 현재 방송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대중에게 잊혀졌지만 여전히 그 가치가 남다른 가수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엠넷의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MBC ‘복면가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솔로, 그것도 가수에만 집중하고 있다. 대중음악이 가수 하나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밴드가 대중음악 발전에 진정한 자양분인 것은 보컬뿐만 아니라 기타, 드럼, 건반, 베이스 등 연주자들의 영역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래나 랩을 기가 막히게 잘해도 연주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온전히 뮤지션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그래야 한다. 더구나 가수와 래퍼로서의 대결에 치중하는 모습만 나온다. 진정 음악의 즐거움이 조화(하모니)를 이루는 것임을 배제하고 경쟁 일변도로만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밴드는 팀을 이뤄서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존 경쟁 일변도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를 수밖에 없다. 선의의 경쟁이 무엇인지 밴드가 보여줄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밟고 나가야만 하는 막장 경쟁극은 나올 수 없는 속성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번 ‘톱밴드’ 시즌3가 계획 중인 변화도 주목된다. 이번에 ‘톱밴드’ 시즌3에서는 밴드 뿐만 아니라 각 유닛 별로도 참가 신청을 받는다. 보컬, 기타, 드럼 등 밴드가 없는 연주자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 능력있는 연주자들이 ‘톱밴드’라는 열린 마당에서 마음에 맞는 뮤지션들과 프로젝트 팀을 결성해서 본선에 참가토록 하겠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하나의 변화 역시 흥미롭다. 시즌 1, 2에서 제외했던 기획사 소속 여부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 그동안 ‘톱밴드’ 시즌1과 2에서는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 밴드의 출연 자체가 어려웠다. 요즘 핫한 ‘쇼미더머니’의 경우, 아이돌 그룹 출신 래퍼도 오디션에 참가한다. 이렇게 되면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진정한 음악적 교류를 꾀할 수 있다. ‘톱밴드’에서 아이돌 밴드와 기존 밴드들가 펼치는 음악적 교류가 기대되는 이유다.

여전히 밴드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뮤지션들이 많다. 단순히 록 페스티벌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대중에게 일상처럼 밴드가 소비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이들의 꿈이 꿈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톱밴드’는 그러한 밴드의 꿈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예문화부 기자>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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