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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오사카 레터] 김학범의 ‘독설’… 남준재를 깨우다

입력 : 2015-05-06 07:30:00 수정 : 2015-05-06 09: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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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일본) 권영준 기자〕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 살고자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이죠. 가슴을 파고드는 명언을 품고 일본 오사카 땅을 밟은 이가 있습니다. 바로 ‘레골라스’ 남준재(27·성남FC) 선수인데요. 스포츠월드가 오사카 레터를 통해 그와 김학범 성남 감독에 얽힌 뒷얘기를 전합니다.

올 시즌 성남FC 유니폼을 입은 남준재는 6일 일본 오사카 엑스포70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최종전을 치르기 위해 선수단과 함께 오사카에 입성했습니다. 현지 공항에서 본지 기자와 마주친 그는 “반드시 이겨야죠. 꼭”이라며 절실함을 담은 한마디를 남겼죠.

그의 절실함에는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남준재는 성남 이적 후 존재감이 없는 선수였습니다. 연령대별 대표팀 출신에 2010시즌 드래프트 1순위로 인천 유니폼을 입고 첫해 3골·5도움을 기록하는 등 차세대 측면 공격수로 각광받았던 그는 이후 이적을 거듭하며 적응에 실패했죠. 2012시즌 제주에서 인천으로 이적한 그는 후반기만 뛰고도 8골·1도움으로 ‘펄펄’ 날아다닙니다. 당시 화살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었고, 팬들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명사수 ‘레골라스’를 수식어로 붙여줬습니다. 그러나 2014시즌 부상과 부진을 거듭, 단 3경기에 출전하며 팬의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성남으로 이적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부진을 안타까워하던 김학범 성남 감독은 “그렇게 축구를 하다가 영영 이 바닥에서 사라진다. 그런 소극적인 자세는 버려라”고 독설을 남깁니다. 그리고 경기 출전 엔트리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합니다. 남준재 선수는 어땠을까요. 절망의 끝에서 이를 악물었다고 합니다. 묵묵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정신 자세를 다시 다잡습니다. 아내와 4개월 된 아들 우성 군을 생각하며 절치부심 눈물을 삼켰습니다. 이를 지켜본 김 감독님은 조용히 주장 김두현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남)준재를 다시 기용해 볼까해. 네 생각은 어때?” 김두현 주장은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렇게 복귀한 그는 지난달 22일 부리람전에서 결승골을 폭발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끕니다. 그리고 지난 2일 FC서울전에서 동점골까지 몰아쳤죠.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기자와 만난 남준재는 “감독님 말씀을 듣고 절망하기보다는 오히려 힘이 생겼습니다. 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겠죠”라며 “이제 시작입니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신 만큼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게요”라고 다짐했습니다.

오사카에는 오사카성이 가장 유명합니다. 성지로 불리는 오사카성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성입니다. 이곳에는 한국 역사에는 잊지 못할 슬픔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이순신 장군의 ‘필생즉사 필사즉생’을 품은 남준재가 감바 오사카를 향해 ‘골 화살’을 겨누고 있습니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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