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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떠나는 유재신 "아버지 사랑합니다"

입력 : 2014-11-21 07:15:00 수정 : 2014-11-21 0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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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아버지.”

유재신(27·넥센)은 올 한해 정말 힘들었다. 무릎 부상으로 2군에 오르내린 것도, 한국시리즈 3차전 대주자로 나서 견제에 횡사한 것도 속쓰린 기억이다. 하지만 올 한해 유재신은 그보다 가족을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당당한 아들이 되고 싶었기에 유재신은 그저 최선을 다했다. 20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유재신은 투병 중인 부친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주먹을 불끈 거머쥐었다.

◆ 힘들었던 한해, 눈물의 그라운드

유재신은 부자(父子) 야구인이다. 부친은 19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역전 스리런을 터뜨리며 시리즈 MVP를 탄 롯데 유두열이다. 부자가 나란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이는 사상 첫 사례다.

그런데 유재신은 당시 마냥 행복해할 수 없었다. 시즌 중반 부친의 몸이 급격히 나빠져 병원을 찾았지만 그만 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유재신은 구체적인 병명은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다.) 확진은 인천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때였다. 유재신은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더그아웃에 앉아있는데 야구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특히 유재신이 가슴 아팠던 부분은 바로 곁에 있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선수인 이상 당연했고 그 시기에 유재신의 형이 다니던 헬스트레이너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가족을 돌보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유재신은 “내가 주전도 아니고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수비를 나가는 것도 아니고 타석에 서는 것도 아니다. 대주자다 보니 더그아웃에 앉아있는데 아버지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사실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인 부친은 투병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말라고 야단까지 쳤다. 유재신은 이 사실을 힙겹게 말하면서 말을 더듬었다. 목이 메는 것을 참으려는 듯 호흡을 가다듬은 유재신은 “이젠 내가 챙겨드려야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유재신은 “그래도 선배들과 코치님들, 감독님이 배려를 해주셨다. 얼굴이 너무 어두웠는데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지켜봐주시더라”고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처음 떠나기로 한 가족여행

유재신은 일본행 티켓을 예매했다. 어머니가 제안을 했다. 아버지와 함께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했고 유재신은 곧바로 준비했다. 먼 곳으로 갔다오기가 힘들어 가까운 일본으로 택했고, 일정에 부담이 없도록 3박4일로 잡았다. 형은 이제 새로 직장을 찾아 함께 하기가 어려워 유재신의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오기로 했다.

유재신은 “지금까지 가족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 내가 모시고 갔다올 생각”이라며 “이제 아버지도 상태가 좀 좋아지셔서 기대하고 계시더라. 즐겁게 다녀오겠다”고 웃었다.

유재신은 막내아들이다. 부친의 성격을 빼다박은 형과는 달리 붙임성이 좋다. 아버지에게 “아빠 다녀올게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 구성원이다. 유재신은 “이젠 내가 지켜드려야한다”고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다.

◆ 대주자 유재신, 더욱 힘을 내겠다

유재신은 야구 얘기로 넘어가자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부친의 병세를 알게 된 시즌 중반, 마음이 흔들려 힘들었던 후반은 차치하자. 유재신은 전반기에도 제 역할을 못했다고 했다. 4월15일 잠실 LG전, 연장 11회초 대주자로 나가 주루플레이 도중 왼무릎을 다쳤다.

이튿날 1군에서 말소된 유재신은 7월에야 돌아왔고, 이후 주루미스로 9월말 다시 말소됐다. 결국 유재신은 올 정규리그서 23경기 6도루(도루실패 2회) 8득점에 머물렀다. 타석에는 단 2차례 섰을 뿐이었다. 한국시리즈 때도 안지만의 견제에 기회를 날려 속앓이를 했다.

유재신은 “사실 대주자에 만족하고 싶은 선수가 어디있겠느냐, 하지만 난 내 역할을 맡았고 최선을 다해야한다”며 “내년에는 당연한 목표만 있다.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난 내 롤을 잘해내면서 1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유재신은 “아버지가 화를 내실 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럽다”고 거듭 말했다. 그리곤 유재신은 “이젠 형과 내가 지켜드려야한다”고 어깨를 폈다.

목동=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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