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성격에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는 스펙터클한 인생의 ‘서인애’역을 맡았으니, 나름 고충 있어 보였고 그 추측은 정확했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부산 출신 고아가 소년원을 거쳐 법대에 입학하고 여배우로 데뷔했다가 인권변호사를 거쳐 마침내 법무부장관 자리에까지 오르는 캐릭터다. 한줄 요약으로도 말이 안되는 구석이 많은데, 드라마에서도 역시 ‘서인애’의 인생을 그리면서 상당 부분 개연성을 놓쳤고 초반 반짝 관심을 끌었던 드라마는 중반 이후 작품성과 시청률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큰 내공이 필요한 캐릭터인데, 연기가 많이 부족했다”고 운을 떼더니,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하고 임산부의 몸으로 옥고를 치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설정에 대해서는 “대본을 읽으면서 다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솔직함도 보인다. 또 “‘서인애’의 스펙터클 한 삶 속에서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했고, 마지막까지 캐릭터를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곧 “이번 드라마 역시 하나의 큰 경험이 됐다. 역시 경험은 중요하다.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라고 긍정적 마인드로 귀결된다. 이제 만 스물아홉임에도 불구, 어떤 실패도 피와 살이 된다는 인생의 가르침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이런 그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라고 조심스레 권했다. 2002년 아이돌그룹 ‘슈가’로 데뷔했을 때 앞뒤 없는 철부지였고, 2007년부터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겨울새’ 등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연기에 뛰어들었을 때는 도대체 무슨 용기로 연기를 하겠다고 할까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던 그다. 지금은 모든 드라마 대본이 그를 거쳐갈 만큼, 주연급 연기자로 자리잡은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머무르던 그가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어 ‘자이언트’·‘내 마음이 들리니’·‘골든타임’·‘돈의 화신’·‘비밀’까지 쭉 상승곡선을 그리며 일취월장하다 한번쯤 살짝 삐걱된 셈인데, 이쯤에서 초심을 떠올린다면 지금의 시련쯤은 단숨에 힐링되지 않을까 싶은 소견이다.
정정욱 기자 jjay@sportsworldi.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