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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타] 김수현의 '보호자'… 진정한 영화, 배우를 보여주다

입력 : 2014-04-11 12:43:10 수정 : 2014-04-11 12: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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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를 당한 아이를 위해 유괴범이 된 아빠라니… 참 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한 화제작 ‘보호자’가 드디어 일반 관객들에게도 첫선을 보였다. ‘보호자’는 유괴라는 소재를 연쇄 유괴로 발전시키고 이 과정에서 부모는 누구나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독특한 시선과 탄탄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작품. 누구도 상상하기 싫은, 단 한 번도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에는 두 명의 아빠가 등장한다. 영화배우 김수현이 연기한 전모와 이준혁이 연기한 진수가 그 주인공. 영화는 김수현의 전모 위주로 그려진다. 아이를 유괴당하는 순간부터, 유괴하는 순간까지 밀착 카메라처럼 전모에게 모든 시선을 집중한다.

전모를 연기한 김수현의 연기는 그야말로 현실 그 자체였다. 유원상 감독이 왜 김수현이란 배우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가장 평범한 대한민국 가정의 한 아버지로서 김수현의 모습은 제격이었다.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의 연기력이 ‘보호자’를 현실감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이런 게 바로 진정한 영화, 그리고 배우 아닐까.



▲ ‘보호자’란 타이틀이 독특하다.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 어땠나.

어느 정도 막연하게 이해는 됐었다. 사실 영화를 들여다보면 누군가를 보호하는 건 아닌데, 제목을 보호자라고 해서 처음엔 아이러니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참 영리한 제목인 것 같았다. 보호자란 단어가 굉장히 다중적인 의미 아닌가. 자기 자식을 위해 보호해야 하기도 하고, 또 남의 자식도 보호해야 한다는 도덕관념도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묘한 제목인 것 같다.

▲유괴당한 아이를 위해 유괴한다는 스토리에 대한 첫 느낌은.

재밌었다. 처음엔 이 내용을 작품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기도 했다. 전형적 장르 영화인 것 같기도 하면서, 이야기로 들어가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배우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끌고 나가야 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감독은 오히려 명쾌하게 대답을 안 하더라(웃음).

▲오히려 연기하면서 부모의 입장을 이해했을 것 같다.

정말 그렇더라.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이게 진짜 있을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실제 촬영을 하다 보니 하나둘 이해가 가더라. 그래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촬영할 때마다 매 순간 감정이 쉽게 담기지 못했다. 워낙 감정의 진폭이 컸고, 쉽게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지점들이 아니었다. 또 대본으로 접한 감정과 실제 감정이 달라, 매치시키는 게 참 어려웠다.
▲KAFA 프로젝트에 참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이런 작업들이 재밌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테지만, 캐릭터와 스토리가 끌린다면 돈에 구애받지 않고 출연하는 편이다. 더욱이 ‘보호자’의 경우 이 상황이나 역할 자체가 내게 큰 도전이 될 것 같았다. 손쉽게 OK 할 수준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더 끌렸던 것 같다. 이 작품에 덤비기 전에 내 역량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고, 또 나를 실험해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나의 실험으로만 끝나지 말고, 감독과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들에 참여했는데, 그중 독립영화만의 특징이 있다면.

확실히 상업영화보다 서로 마주앉아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감독과 배우들이 진지하게 얘기를 할 시간과 여유가 많다고 해야 할까. 그런 작업이 배우로서는 더 재밌는 것 같다. 내가 해석한 이 캐릭터는 어떤 모습인지, 감독이 생각한 이 캐릭터는 어떤지…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이번 작품에선 유독 아역들과 부딪히는 장면이 많은데.

의외로 아역들이 엄청나게 성숙하더라. 한번은 내 아들 역할인 노강민 군이 대사하다가 반복해서 틀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몇 번 잘 넘기다가 나중에 울더라. 저 나이에 연기를 어떻게 알아서 괴롭고 슬퍼하는지… 내심 참 놀랐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또 촬영장 환경도 좋지 못했다. 마지막 터널 신에서는 기온이 영하 26도였는데, 장시간 외부에서 촬영했는데도 아이들이 추위도 고통도 잘 참아내더라. 참 대견했다.

▲극중에서 트럭도 운전하고, 달리기도 하고… 직접 몸으로 뛰는 장면이 많았다.

포터를 몰 때 차 앞유리에 카메라를 붙이고 촬영했는데, 시야가 안보여서 운전하기 참 힘들었다. 카메라 틈 사이로 보이는 밖의 전경이 비교적 좁았는데, 속도까지 내야 하니 혹시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달리는 장면도 직접 뛰고 또 뛰었다. 이왕 시작했으니, 내가 죽더라도 이 배역은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온몸을 내던진 것 같다(웃음).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이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 김수현이 김수현에게 한마디 하자면.

젊은 김수현은 내 대학 후배다. 나이 차이가 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저 이름만 아는 후배다. 갓 데뷔했을 때 포털 사이트에서 ‘김수현’을 검색하다가 그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그때부터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물론 지금도 잘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 나가겠지만, 또 다른 김수현이 잘되면 다른 김수현들도 기쁜 건 마찬가지다. 고맙게 생각하고, 김수현은 정말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극중 전모는 가해자일까 아니면 피해자일까.

영화를 촬영하기 전, 그 상황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눠봤다. 남의 아이를 데리고 와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또 치밀어 오르는 감정은 어떻게 참고 있어야 할지.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전모는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인 것 같다. ‘내 자식이 그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거 아닌가’, ‘범죄를 위해 유괴를 하는 건 정말 아니지 않나’ 등 극중에서도 부부가 서로 갈팡질팡하면서 헷갈려 한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결국 끝내 자기 위로를 하는 모습들이 보여진다. 그런 지점들을 쭉 봤을 때,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 닥친다면.

잘 모르겠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 도덕적 관습에 섣불리 결정을 못 내릴 것 같다.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끝으로 ‘보호자’ 관전 팁을 부탁한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봤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교육을 받고 자라는데, 하루하루 벌어지는 현실은 교과서와는 다르지 않나.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함,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 명쾌하게 되는 건 하나도 없다고 본다. 영화를 볼 때 사람이란 동물은 어떤 존재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좀 더 심도 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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