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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 게임산업도 스스로 격을 갖춰 대물림을

입력 : 2013-02-25 20:28:24 수정 : 2013-02-25 20: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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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개봉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영화 ‘철도원’은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립니다. 주인공 역을 맡은 다카쿠라 겐은 묵묵하지만 철도원이라는 본인의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책임감으로 무장한 인물로 조명받습니다. 그는 아내와 딸을 잃은 채 정년을 앞두게 되나, 이직을 권유하는 동료의 간곡한 부탁에도 수십년간 몸담은 작은 역사(驛舍)에 남습니다. 자신처럼 대를 물려 3대째 철도원으로 키우고 싶어하지만, 입양의 기회조차 비껴갈 만큼 운명도 안타까움의 연속입니다.

영화 ‘철도원’은 직업을 향한 열정과 대물림을 통해 전수하려는 의지를 조명합니다. 어찌보면 시대의 흐름에 걸맞지 않는 무모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소신과 자부심이 투영된 직업 정신은 각자 편의에 맞춰 생각하려는 요즘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처럼 자신이 택한 직업을 대대손손 이어가려는 노력은 의미가 있습니다. 여타 직업군을 포기한 기회비용뿐만 아니라, 대를 거듭하면서 발전하려는 기여의 가치도 지닙니다.

지난 주 게임 업계는 대표자 격인 게임산업협회장을 새롭게 맞았습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회장으로 추대됐고, 업계는 쌍수들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산업적으로 진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과거 탓에, 정치인 출신 협회장을 등에 업고 기대치가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게임 업종은 수출 역군으서 국가 기여도가 문화 콘텐츠 산업 가운데 가장 크고, 젊은 인재들이 선호하는 비중도 높다는 점에서 격에 맞는 대우가 절실합니다. 게임 중독이나 이로 인해 파생된 갖가지 규제로 산업의 쇠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분명하고, 이를 해소해줄 ‘백마 탄 왕자님’을 고대해 왔습니다.

그런데, 과도한 바람과 소망은 자칫 허탈함을 불러올 수 있기에 한 번쯤 짚어봐야 합니다. 무작정 입지를 ‘승격’시켜달라는 것은 오히려 부담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협회장 취임을 두고 헌법의 국회의원 겸직금지 조항 정신(제46조 제3항)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남경필 의원이 현재 한국과 중국 청소년간 교류사업인 ‘한중 국제e스포츠 대회’(IEF)의 공동조직위원장으로 몸담고 있으나 이는 엄연히 스포츠의 개념인 반면, 게임산업협회는 기업들과 연관된 이해단체인 까닭입니다. 이해관계와 정책, 업계와 정부간 의견 충돌이 발생하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논란이 불가피해집니다. 이런 연유로 한동안 입씨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 의원이 과연 게임 업계를 대변 또는 대표하면서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도 관건입니다. 근래 모바일 게임이 득세하면서, 일부에서는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산업적 값어치를 제고하려는 거시적인 시야보다는, ‘모방도 수완’이라는 그릇된 시각과 한탕주의가 맞물리면서 창의 산업으로서 참뜻은 요원한 모습입니다. 일부이더라도 이들의 부(富) 축적에 게임산업협회가 동원될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지금 국내에서 게임 사업을 가업(家業)으로 계승할 만한 기업과 인물이 얼마나 될까요? 청소년들의 학습과 인성에 도움이 되는 선의의 게임이 즐비하지만 업계가 ‘모두 똑같다’는 획일적인 시선에 시달린 것처럼, 단순한 편승과 왜곡은 보호장치로부터 분명 분리돼야 합니다. 그래야 새 회장이 업계의 가치를 각인시키고 호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직 업력(業歷)이 짧지만 게임 산업도 가업이란 화두를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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