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영화리뷰] 감성 뱀파이어의 미학…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입력 : 2014-01-18 19:42:07 수정 : 2014-01-18 19:42:07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짐 자무쉬, 틸다 스윈튼, 톰 히들스턴이 드디어 만났다.

결코 쉽지 않은 조합의 감독과 배우들이 감성 뱀파이어 영화로 뭉쳤다. 뱀파이어 로맨스를 다룬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서 “패신져쓰∼”를 외치던 틸다 스윈튼과 ‘토르’ 시리즈의 톰 히들스턴이 호흡을 맞춘, 캐스팅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그런 영화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21세기 현대사회, 뱀파이어 아담과 이브의 영원불멸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미국 디트로이트와 모로코 탕헤르라는 먼 거리에 떨어져 지내는 뱀파이어 커플 아담(톰 히들스턴)과 이브(틸다 스윈튼). 수세기에 걸쳐 사랑을 이어온 이들이지만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아담은 인간 세상에 대한 염증으로 절망에 빠져 있다. 이브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디트로이트행 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마침내 두 사람은 재회한다. 그러나 만남의 기쁨도 잠시, 이브의 통제불능 여동생 애바(미아 와시코브스카)의 갑작스런 방문은 숨겨두었던 뱀파이어의 본능을 일깨우기 시작한다. 마지막 조력자까지 잃은 상태에서 아담과 이브는 과연 영원한 삶과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영화는 잔잔하다. 그러면서도 풍기는 매력이 상당하다. 분명 영화는 잔잔한데, 보는 내내 몰입도가 가시지 않는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영상이 가득찬 영화들이 다수 개봉해서 그런지, 이 영화는 독보적으로 몽환적이면서 묘한 매력을 풍긴다. 마치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잔잔하면서도 상대를 끌어들이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화면 구성도 럭셔리하다. 시종일관 고급스러운 미쟝센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틸다 스윈튼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오프닝 영상은 그 어떤 영화보다 럭셔리하다. 아무런 대사 없이도 임펙트가 강렬하다. 짐 자무쉬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도 있겠지만, 틸다 스윈튼이란 배우가 갖는 특유의 존재감이 스크린을 꽉 채웠다.

톰 히들스턴도 만만찮다. 인간세상에 대한 환멸로 자살충돌을 느끼는 뱀파이어지만, 그는 인간세상에서 알아주는 뮤지션이다. 아담이 슈베르트에게 곡을 줬다는 등 유명인과 문학작품을 언급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그의 모습에서 특유의 허세도 발견할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린다. 굉장히 감성적인 뱀파이어다. 그러면서도 젠틀함을 잊지 않는다. 뮤지션이란 직업을 잘 살린 탓도 있지만, 틸다 스윈튼 못지않게 톰 히들스턴만의 감수성을 제대로 살렸다.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뱀파이어 영화지만, 기존 영화들처럼 물고 뜯는데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잔잔함 속에서 진중한 가치를 되묻는다. 또 아는 만큼 얻어가는 신비한 매력마저 가졌다. 123분이란 비교적 긴 러닝타임이지만, 영화가 끝난 뒤 제목의 참의미도 되새길 수 있는 그런 영화다. 1월9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