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영화 등에서 전형적인 엄친아 캐릭터 대신 상남자와 자상한 젠틀맨, 섬세한 초식남과 터프한 매력을 동시에 가진 ‘반전 캐릭터’들이 사랑 받고 있다.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냉정한 변호사 역할을 맡은 윤상현의 반전 순애보에 ‘차변 앓이’가 한창이며,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여자 보다 더 예쁜 외모로 눈길을 끌었던 김범의 화려한 검술 실력에 또 다른 반전 매력남 탄생을 예고했다.
올 여름 극장가에서도 블록버스터들 간의 치열한 전쟁이 예고된 가운데, 한미 대표 완소남들의 스크린 대결이 여심을 흔들고 있다. 지난 18일 개봉한 ‘레드: 더 레전드’의 이병헌과 오는 8월22일 개봉을 앞둔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마크 러팔로가 바로 그 주인공들.
‘레드: 더 레전드’에서 이병헌은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킬러이지만 허당스러운 매력을 가진 집착형 킬러 한조배 역을 맡았다. 영화 속 한조배는 단단하게 다져진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며, 최고급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거나 엄청난 속도의 스포츠카로 도심 추격전을 마다하지 않는 전형적인 냉혈한 킬러. 타겟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무기도 가리지 않고 엄청난 화력을 퍼부으며, 화려한 격투씬마저 완벽하게 소화해 피도 눈물도 없는 프로페셔널 킬러를 표현해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거친 킬러의 면모가 아니라 엉뚱한 대상에 집착하는 그의 허당기질이었다. 브루스 윌리스가 타고 도망간 자신의 전용기에 집착하며 끝까지 끝날 줄 모르는 ‘비행기 타령’을 하는가 하면, 어느새 브루스 윌리스를 추격하는 이유가 오로지 비행기인 것처럼 보일 정도. 국내 팬들을 놀라게 한 출중한 영어실력을 뽐내다가도 흥분하면 한국어로 찰진 비속어를 쏟아내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딜런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작정 현장에 뛰어드는 열혈 요원이지만, 그의 이면에는 누구보다 빠른 상황 판단력과 뛰어난 직관, 섬세한 추리가 숨어 있다. 반전이 여기에서 끝난다면 조금 섭섭할 터.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믿고 빠르게 사건을 해결하는 그답게, 아슬아슬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포 호스맨’에 한껏 약이 오르면 마치 헐크처럼 소리를 지르며 광분했다가도, 함께 수사를 맡은 미모의 인터폴 형사 알마(멜라니 로랑)의 몇 마디에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양이 되기도 한다. 또 알마의 실수로 ‘포 호스맨’을 놓치자 독설을 퍼붓던 그이지만, 막상 알마가 냉정한 표정으로 화내자 급사과(?) 하는 귀여운 캐릭터로 진정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여기에 셔츠 단추를 두 개쯤 풀어 헤친 환상적인 수트빨까지 겸비했으니 올 여름 극장가 여심을 단번에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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