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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14호 수용소 탈출' 북한 인권유린 실상을 낱낱히 파헤치다

입력 : 2013-04-11 22:33:32 수정 : 2013-04-11 22: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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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탈북자의 강제 노동 수용소 시절 이야기 생생히 복원
실제 주인공 신동혁씨 "북한에 가하는 '결정적 한 방'"
연일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은 어떤 나라일까. ‘인민의 천국’일까, 아니면 생지옥과 같은 곳일까.

미국의 저널리스트 블레인 하든이 쓴 책 ‘14호 수용소 탈출’(3월27일 아산정책연구원 펴냄)을 읽어보면 북한의 인권 탄압 현실은 그동안 머릿속으로 상상해오던 범주를 휠씬 뛰어넘는다.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의 주인공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인 ‘14호 수용소’에서 탈출한 한 젊은이의 지옥과 같았던 시절의 이야기요, 공산주의의 극단적 막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북한 인권유린 실상 폭로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동아시아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탈북자(북한이탈주민) 신동혁과 인터뷰를 나누며 그의 강제노동 수용소 시절을 생생하게 복원해 미국에서 먼저 펴냈다.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동이 트면 사물은 훤히 드러나는 법이다. 김동혁의 생생한 증언과 하든의 저널리스트 특유의 꼼꼼한 글솜씨는 환상의 콤비를 이뤄 북한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강제노동 수용소 실상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벗겨냈다.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태어나 23년 노예처럼 살다

신동혁은 14호 수용소에서 태어나 겨우 읽고 셈하는 정도의 배움만 익힌채 강제노동에 동원됐다. 그는 14호 수용소에서 탈출한 유일한 사람이다. 14호 수용소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가운데서도 가장 힘들고 감시가 엄격한 곳으로 통했다. 북한의 시각으로 봤을 때 ‘악질 반동종파’들이 수용되는 곳이었다.

신동혁은 23년 동안 지옥과 같은 수용소 노예로 살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행운아다. 수용소는 그의 집이자 고향이었다. 반동인 어버지와 어머니는 수용소가 베푸는 일종의 특혜로 결혼해 신동혁을 낳았다. 위로 형이 한명 있었다.

신동혁과 그의 어머니는 그래도 인정을 받아 수용소 ‘시범마을’에서 살았다. 콘크리트로 된 방바닥에서 잠을 잤고 부엌은 네 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했다, 전기는 한 시간씩 하루 두번만 들어왔다. 변소도 공동으로 사용했다. 수도 시설도 목욕 시설도 없었다. 밤이면 사상투쟁회의와 생활총화에 참여해야 했다.

노예나 다름없는 수감자들은 고압전기 철책 속에 갖혀 생산한 것은 채소, 과일, 양식 물고기, 돼지고기, 군복, 시멘트, 도기와 유리그릇으로 모두 바깥 세상을 위한 것이었다.

옷은 1년에 한번 지급됐으며, 식단은 1년 내내 옥수수 죽에 배추절임, 배춧국이었다. 신동혁은 탈출하기 전까지 거의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쥐, 메뚜기, 잠자리를 잡아 구어 먹었다.

수용소 학교에선 매일 14호 수용소 10대 규칙을 암송해야 했다. 도주해선 안되고, 세 명 이상 모여 있을 수 없고, 서로를 감시하고 이상한 행동을 발견시 즉시 신고해야 했다. 도망자를 감춰주거나 보호한 자, 신고를 하지 않은 자는 즉시 총살한다는 게 규칙이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보위부원 선생을 진정한 스승으로 여겨야 했다. 신동혁은 이 규칙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재봉틀을 떨어뜨린 벌로 오른쪽 중지 한마디를 잘리기도 했다. 옥수수 몇 알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다 들킨 여덟살짜리 동급생이 선생님의 지시봉에 맞아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지는 걸 지켜봐야 했다. 동급생은 결국 죽고 말았다.

#탈출을 기도한 어머니와 형을 고발해 죽게 만들다

신동혁은 밀고를 하면 수용소를 벗어나거나 더 좋은 일을 맡을 수 있다는 보위부원의 가르침을 뼈에 새긴 소년이었다. 세뇌의 결과는 탈출을 기도한 어머니와 형의 고발로 나타났다. 그는 간수 앞에서 고발의 대가로 배급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살기 위해 가족을 고발한 비극은 공개처형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수천명이 모인 앞에서 교수형을 당했고 형은 총살 됐다. 아버지와 동혁은 맨 앞에서 이를 지켜봤다. 고발에 대한 보상은 커녕 지하감옥에 불려가 8개월간 지독한 고문을 당한 동혁은 어머니가 불쌍하지 않았다. 오히려 탈출을 시도해 아버지와 자신을 사지로 내몬 어머니와 형에게 화가 날 뿐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신동혁은 탈출 후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고 자신을 경멸했다. 어머니와 형이 처형된 것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동안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개인적 치부를 드러내고 용서를 구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모두가 가장 존엄하고 행복한 삶을 꽃피워 나가는 우리나라에는 ‘인권 문제’란 존재하지 않는다”(2009년 조선중앙통신)고 오리발을 내미는 북한 당국에 가하는 ‘결정적 한 방’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신동숙 옮김, 1만8000원.

강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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