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이나타운’에서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맡아 열연한 김혜수. 배우 김고은과 함께 여성 느와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동안 강렬하고, 자극적인 느와르는 대부분 남자배우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접했던 영화도, 또 현재 제작되고 영화들도 하나같이 수컷 냄새가 강하게 풍겨야 ‘제대로 된 느와르’라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차이나타운’은 그런 대세론(?)을 가볍게 뒤짚었다. 그 중심은 김혜수였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쌓은 연기경험을 ‘차이나타운’ 속 엄마에 집중, 김혜수가 아니면 그 누구도 소화할 수 없는 절대적인 ‘엄마’를 완성시켰다. 이번 배역을 위해 김혜수는 외모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통통한 몸매지만, 카리스마 하나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이건 차가운 정도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캐릭터잖아요. 영화의 전반적인 방식이나 정서적인 충격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어요. 따뜻한 영화를 해도 모자랄 시점에 ‘이런 센 영화를 해도 되나’ 싶었죠. 그래서 출연하기까지 고심을 많이 했어요.”
“‘차이나타운’이 특별했던 건,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영화란 점이었어요.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 소개되는 건 아마도 한국영화 중에선 유일무이할 거예요. 권력의 축을 쥐고 있는 게 여성이고, 모든 이야기가 여성 중심으로 흘러 가잖아요. 물론 여성들이 감내하기엔 굉장히 세고, 강렬한 건 사실이에요. 피도 눈물도 없을 정도로 살벌하죠. 그런 시나리오에서 굉장한 힘이 느껴졌고, 이 이야기를 이끌고 가야할 감독이 굉장히 궁금했어요.“
김혜수의 호기심과 자신감이 통했던 것일까. ‘차이나타운’은 완벽한 여성 느와르 영화란 호평을 받고 있다. 게다가 ‘어벤져스2’의 흥행광풍에도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며 독보적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영화 속에는 명대사들도 많이 등장한다. ‘증명해봐,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증명’, ‘죽지마, 죽을 때까지’ 등의 대사들은 곱씹을수록 남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보통 느와르에선 소위 ‘멋있는 대사’들로 가득하지만, ‘차이나타운’은 멋보단 의미에 더욱 집중했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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