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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의 죽음이 사회현상으로 번진 이유

입력 : 2014-11-01 16:56:37 수정 : 2014-11-01 17: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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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세상을 떠난 고 신해철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1만6000여 명에 달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빈소가 마련된 28일부터 회사에 월차를 내고 온 여성팬, 지방에서 고교 동창들과 올라온 30대 후반 남성팬, 신해철의 음악으로 꿈을 키웠다는 무명 기타리스트 등 갖가지 추억을 품은 이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퇴근길에는 직장인들이 몰려 빈소가 있는 2층 전체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으레 동료 연예인이 중심이 되는 빈소가 일반인 참여로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30일에는 고인의 장례식장 한쪽에서 촛불을 환히 켜고 추모 행사도 마련됐다. 신해철의 생전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사진과 포스터들이 내걸렸다.

온라인에서도 고인의 죽음이 알려진 날 밤부터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며 비통한 심정이 담긴 글, 신해철의 음악과 함께 한 옛 추억을 꺼내놓은 글이 쏟아졌다. 온라인 중고 거래 장터에서는 신해철의 초기 앨범이 경매 등을 통해 고가에 거래됐고, 저서 판매도 증가했다. 이처럼 신해철의 죽음은 하나의 사회 현상처럼 들끓었다. 가요계에서도 한 가수의 죽음에 이같이 뜨거운 조문 행렬과 비통함을 토로하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굳이 신해철의 팬이 아니어도 그의 죽음에 먹먹해하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어이없고 갑작스러운 죽음인 탓인지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사람들의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 이는 신해철이 음악적 영향력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까지 지닌 아티스트임을 보여준 대목이다.

특히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3040세대의 허망함과 상실감은 컸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42)씨는 “고인의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며 “신해철이란 이름 석 자만으로도 바로 대학 시절로 돌아갔는데, 1990년대 아이콘은 많지만 그저 사랑 노래만 부르던 다른 가수의 죽음에 이토록 슬플 것 같진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3040세대는 대중문화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만든 세대다. 솔로 뮤지션과 록밴드 넥스트를 병행하며 자아실현, 포기하지 않는 꿈, 세상을 향한 촌철살인의 시선을 노래한 신해철의 음악은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중적인 히트곡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카페’, ’안녕’ 등을 기억할지 모르나 자아성찰을 노래한 ‘이중인격자’, 포기하지 말라며 희망을 강조한 ‘해에게서 소년에게’, 자신을 길들이려는 세상에 맞서라는 ‘껍질의 파괴’, 어두웠기에 낭만은 더욱 절실했던 1970년대를 노래한 ‘70년대에 바침’ 등 그의 시선과 철학적인 가사는 폭넓었다.

한 문화평론가는 “신해철씨 세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는 중산층의 희망이 살아있었다”며 “신해철씨뿐 아니라 먼저 세상을 떠난동갑내기인 최진실씨 등이 보여준 이미지와 메시지는 노력하면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의 청춘이 40대가 돼보니 세상이 녹록지 않고 희망에 대한 상실감을 느끼는데, 이들이 신해철씨의 죽음에 큰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스포츠월드 연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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